우리 주변에는 결혼, 출산, 육아, 가족 돌봄 등의 이유로 잠시 일을 멈췄던 여성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멈춰선 순간은 짧지만, 다시 돌아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곤 합니다.
이 글에서는 여성의 생애설계 관점에서 경력 단절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재도전의 길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할 수 있는지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1. 생애설계로 삶의 큰 흐름을 다시 그려보기
경력 단절을 겪은 여성들이 다시 사회로 나가려 할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어려움은 자신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직장에 다녔고, 그 후에는 육아에 전념했지만, 이제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해지는 것이죠.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생애설계입니다.
생애설계란 단순히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 전체를 계획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싶은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지, 경제적 목표는 어떤지, 건강과 여가는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등을 통합적으로 생각해보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보면, 40대 초반의 주부 A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시간 여유가 생기자 다시 일하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막상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막막했습니다. 그때 지역 여성센터에서 생애설계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신의 인생그래프를 그리고,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자신이 예전에 하던 디자인 업무 대신, 지금의 생활과 더 잘 맞는 온라인 콘텐츠 제작 쪽으로 방향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생애설계를 통해 자신의 현재 위치와 가능한 선택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이 첫걸음이 됩니다.
2. 경력 단절의 원인 이해하기와 자기 돌아보기
경력 단절을 겪은 여성이라면 오랜 시간 가정과 자녀를 돌보며 사회와 다소 거리를 두고 살아오신 분들도 많습니다.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자 마음을 먹었을 때,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일 수 있습니다.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선 먼저 나의 강점과 경험을 새롭게 바라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흔히 경력이란 직장 안에서의 일 경험만을 떠올리지만, 사실 일상에서 겪은 다양한 활동도 모두 귀중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녀를 키우며 학교 활동에 참여하거나 학부모 회의에 나갔던 경험, 지역 사회의 봉사활동, 교회나 마을 커뮤니티의 운영 등에 참여했던 일들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조직 내 협력, 커뮤니케이션, 시간 관리 능력 등으로 연결되는 실제 능력입니다.
나의 삶을 다시 돌아보며 어떤 일을 꾸준히 해왔는지, 남들이 자주 맡겨주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해낸 일은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써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가능하다면 노트나 엑셀 표를 만들어 연도별, 상황별로 정리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아파트 주민자치회 활동 참여, 행사 기획 및 회계 정산 업무 담당”이라고 구체적으로 써보는 것이죠.
또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요리를 좋아해서 주변 사람들과 나눴던 경험이 있다면, 이를 발전시켜 요리 강사, 유튜브 콘텐츠 제작, 식단 조절 상담과 같은 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독서를 즐기고 글쓰기에 관심이 있었다면 블로그 운영이나 서평 작성 활동도 연결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나의 경험을 새롭게 정리하고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가능성과 강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재취업을 위한 준비를 넘어서, 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돌아보고 주도권을 되찾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차근차근 찾아가는 태도입니다. 남과 비교하며 조급해지기보다는 지금 내가 무엇을 해왔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를 중심에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감도 조금씩 회복될 수 있습니다. 경력 단절이라는 표현이 마치 단절된 인생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시간일 뿐입니다. 그 시간 동안 쌓인 삶의 깊이와 성숙함은 오히려 사회에서 더 귀하게 쓰일 수 있는 자산입니다.
3. 일과 삶을 다시 설계하는 구체적인 방법
재취업을 준비하는 여성들에게 생애설계는 단지 직업을 찾기 위한 과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생의 전체 그림을 다시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을 스스로 설계하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특히 생애주기별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를 미리 생각하고 계획하는 것은 불안감을 줄이고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생애설계는 보통 교육기, 취업기, 결혼과 육아기, 은퇴기 등 인생의 각 시기를 중심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경력 단절 여성은 이 중 특히 결혼과 육아기, 그리고 재취업 준비기를 중심으로 생애설계를 다시 짜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목표와 장기적인 목표를 함께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아이가 중학생이라 비교적 손이 덜 가는 시기라면, 1년 안에 단기 자격증을 취득하고 2년 후에는 파트타임 혹은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볼 수 있습니다. 또 5년 뒤에는 전문성을 살려 교육, 상담, 콘텐츠 제작 등의 분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작하는 식입니다. 이처럼 생애의 시간표를 그려보는 일은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합니다.
또한 생애설계는 단순히 직업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 가족관계, 여가활동, 경제적 준비 등 삶 전반을 아우르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재취업을 한다고 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무조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할 분담을 통해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본인이 감당 가능한 일과 시간의 분배를 현실적으로 고민하면서도 스스로의 성장을 응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생애설계를 실천하는 데 있어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은 일정을 달성 가능한 작은 단위로 나누는 것입니다.
‘올해 안에 꼭 취업해야 한다’는 부담보다는 ‘이번 달에는 이력서를 완성해보자’, ‘다음 달에는 관련 자격증 공부를 시작해보자’는 식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방식이 심리적인 안정에도 좋습니다.
더불어, 자신의 생애설계에 대해 가까운 친구나 멘토, 가족과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혼자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려고 하면 막막하고 두려운 감정이 앞서기 쉬운데, 함께 공유하며 피드백을 받고 응원받는 과정에서 의지도 커지게 됩니다.
결국 생애설계는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천천히 나의 삶을 돌아보고, 가능성을 열어두며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 미래를 위한 가장 든든한 준비가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생애설계는 막연한 미래가 아닌 구체적인 삶의 방향을 세우는 과정이며, 경력 단절 이후의 삶을 새롭게 여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한 번의 단절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각자의 리듬에 맞춰 다시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입니다.